고디바 초콜렛과 얽힌 알몸녀의 이야기
Peeping Tom은 "엿보기 좋아하는 사람, 호색가, 캐기 좋아하는 사람"을 뜻한다. 11세기 초 영국 중서부에 있는 코번트리(Coventry) 지역의 봉건 영주인 레오프릭 백작(Leofric, Earl of Mercia)이 주민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높은 세금을 부과하자, 주민들의 원성을 전해 들은 영주의 부인 고다이버(Lady Godiva)가 영주에게 세금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영주는 어림도 없다고 거절하면서 아예 더 이상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못을 박겠다는 듯 "당신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성내를 한 바퀴 돈다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이게 웬일인가. 고다이버는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고 나서면서 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몸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 동안 모두 집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창문을 가릴 걸 요청했다.
자신들을 위해서 그런 일을 하겠다는 데 누가 그 요청을 거절할 것인가. 그런데 고다이버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 걸 집 안에서 몰래 엿본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Tom이라는 사내였다. 약속대로 세금은 내렸지만, 그 사내는 하늘의 벌을 받은 건지 눈이 멀었다나. Peeping Tom은 역사와 전설이 혼합된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Peeping Tom이라는 말과 함께 알몸으로 말을 타고 있는 고다이버의 모습을 묘사한 동상과 그림들이 전해지고 있다.
고다이버라는 이름이 우아하게 들린 덕분인지, 영화 제목에서부터 밴드 이름에 이르기까지 이 이름은 대중문화에 자주 등장한다. 고다이버를 제품 브랜드명으로 가져다 쓴 기업들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업체론 말을 탄 고다이버의 나체까지 로고로 쓰고 있는 고급 초콜릿 제조업체 Godiva Chocolatier를 들 수 있겠다.
고다이버 전설이 유럽은 물론 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주기 위해 고다이버를 브랜드로 택했다고 한다. 1926년 벨기에에서 출발했지만 2007년 터키 자본으로 넘어간 이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1만여 개의 판매 업소(미국에만 450개)를 두고 있는 초콜릿 재벌이다.